건축가의 서재를 탐하다, 로운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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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만의 공간을 꿈꾼다. 각자의 취향과 취미를 담은 나만의 위한 공간은 누구에게나 로망이다. 2018년 서울시의 1인 가구 비율은 31.5%에 달하고 그 중에서도 20대 청년층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청년 주거환경을 위하여 여러 정책을 내놓는 가운데 내 몸을 뉘일 작은 공간 하나조차 얻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1인 가구의 작은 주거 안에는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기에도 벅차다.

 

그러나 사람이 먹고 사는 것만으로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금천구의 로운쌀롱은 그렇게 탄생했다. 1인 가구가 가질 수 없는 ‘거실’, ‘서재’등의 공간을 더 다채롭게, 풍성하게 즐길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 건축가의 서재 로운쌀롱이다. 로운쌀롱은 금천구를 거점으로 지역의 유휴공간을 발굴하고 마을 단위의 지역 재생 사업을 펼치는 소소리연구소에서 운영하는 공간이다. 그 탄생배경부터 색다른 로운쌀롱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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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 대관 공간 로운쌀롱 박성경, 이진경 대표

출발부터가 독특하다. 로운쌀롱에 대해 소개해주자면.

 

로운쌀롱은 금천구의 사회주택인 홍시주택에 위치해있다. 이 건물의 처음 계획부터 로운쌀롱이 있어 입주자와 함께 들어왔다. 로운쌀롱은 지역 주민·청년들과 좋은 공간에 대한 경험과 도시 환경에 대한 상상을 공유하고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 홍시주택 입주자는 물론 지역주민, 그 외에서 오시는 분들 모두가 이용하는 각종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이다.

 

건축가의 서재를 콘셉트로 삼기도 했지만 실제 건축을 전공한 5명이 모인 소정당협동조합의 손으로 탄생했다, ‘건축가라면 어떤 서재를 가지고 있을까’를 착안으로 좌식공간과 테이블, 뒷마당까지 용도와 목적을 아우를 수 있는 구성을 만들었다. 특히 좌식 공간은 메인 홀로, 카펫과 빈백, 방석, 계단식 의자와 개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벽면을 따라 테이블까지 섬세한 손길을 기울여 만들었다.

 

또 관리하기는 까다롭지만 전체적인 블랙톤으로 구성해 차분하면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자 했다. 게다가 소품부터 전체적인 무드를 결정하는 조명까지 콘셉트와 사용자의 편안함을 위해서 섬세하게 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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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서재’라는 콘셉트로 지역사회의 커뮤니티를 추구하는 로운쌀롱

타 대여 공간과는 어떤 점이 다른가.

 

우선 로운쌀롱은 취지와 부합하도록 기본적인 대관 사용 외에도 지역 기반의 활동과 더불어 지역을 위한 커뮤티니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실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인데, 금천구 청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도시 공부 로운학교와 플리마켓인 벼룩살롱,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기 워크숍 등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창출하고 있다.

 

소정당협동조합은 지난 2년 동안 금천구 마을관리소를 운영했다. 지역구의 주도와 지원으로 운영되다 보니 약속된 기간이 끝나면 지속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이후 공공의 지원 없이도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자 했고 그 결과 로운쌀롱이 탄생하게 되었다.

 

소정당협동조합 안에서 공간의 운영을 전담하고 있는 주식회사 소소리연구소는 물리적인 공간뿐 아니라 그 안에서 빚어지는 이야기, 사회에서 공간 공유를 매개로 상생과 발전을 가치로 둔다. 마치 그릇처럼 그 담기는 것에 따라 용도와 가치, 이름까지도 달라지는 것처럼 변화무쌍한 로운쌀롱의 모습과 나아가 지역 사회까지 환원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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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방식으로 일하기 등 로운쌀롱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도모한다

그저 자리를 빌려주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가치를 추구한다고 생각된다. 앞으로 로운쌀롱은.

 

최근에는 ‘워라밸’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있다. ‘워라밸’은 work(일)과 life(삶)의 균형을 맞추자는 뜻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점점 일과 삶을 양극단에 두고 분리해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을 느낀다. 시실 그럴수록 마치 선과 악처럼 일은 내 삶의 영역이 아닌 듯이 취급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일 역시 자신의 삶의 소중한 영역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하루 8,9시간, 즉 일을 하는 하루의 3분의 1을 삶과 분리시켜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진정한 조화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일하는 공간 자체가 지속가능해야하고 일하는 공간 속에서도 건강할 수 있어야한다. 따라서 물리적 환경 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취지 아래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기 워크숍 등 프로그램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얼마 전 홍시주택 입주자들이 로운쌀롱에서 그림을 꾸준히 작업했다. 그 결과물을 다시 이 곳에서 전시하기도 했는데 보는 저에게도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이 곳에서 탄생한 그림들이 다시 같은 자리에서 전시되고 또 사람들은 그것을 즐기러 로운쌀롱을 찾아주신다. 이와 같이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일과 건강, 휴식과 취미생활을 위해 로운쌀롱을 편하게 찾아주길 바란다. 특히 청년과 지역 주민에게는 후원을 아끼지 않으니 어렵게 생각지 말고 로운쌀롱의 문을 두드려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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